계약서, 시(詩)의 형식으로
배달과 외식의 종료에 관하여
나는 결심하지 않는다. 결심은 감정이고, 감정은 3일 안에 만료된다. 나는 구조를 바꾼다.
앱을 지운다. 저장된 카드를 지운다. 주소를 지운다. 의지력에 기대는 시스템은 이미 설계 실패다.
배달은 음식이 아니라 지연이다. 20분을 아끼려고 2,300kcal와 이틀의 부기와 “오늘은 예외”라는 문장을 산다. 그 문장은 한 번 팔리면 평생 재고가 남는다.
외식은 통제권의 외주다. 내가 모르는 기름, 내가 세지 않은 설탕, 내가 동의한 적 없는 나트륨. 남이 정한 변수로 내 몸을 계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배운다.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입력값을 소유하기 위해서.
냉장고에 단백질과 채소만 남긴다. 선택지가 없으면 선택은 실패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걸 절제라 부르겠지만 나는 이걸 정확성이라 부른다.
나는 참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옵션을 시스템에서 제거한 사람이다.
앞으로 나는 배달과 외식을 하지 않는다. 이건 다짐이 아니라 사양(specification)이다.